[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기업문화가 매우 중요한 시대이다. 누가 시켜서 잘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스스로 하고 싶어서,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해나가면서 ‘자부심’, ‘성취감’을 느끼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조직 활성화’와 ‘공동체 정신 함양’ 주제로 소통 지속 =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가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영속적인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강조했던 말이다.
권 대표의 이 말은 영림원소프트랩이 내걸고 있는 기업철학인 ‘신뢰를 바탕으로, 목적을 중시하며, 주도적인 삶을 산다’는 ‘영-웨이(永–WAY)’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잘 보여준다.
권 대표는 지난 2017년 초에 앞으로 3년간 외부 활동을 모두 끊고 회사 일에만 몰두하겠다면서 ‘은둔’을 선언하고 3년이 거의 다된 올해 10월 현재까지 회사의 문화 만들기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 기간 동안 줄곧 해온 것이 회사 구성원과의 소통의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권 대표는 2017년 초부터 지금까지 매주 2번씩 15명 안팎의 팀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다. 매분기마다 16번씩, 올해 10월 중순까지 165회를 소화했다.
오후 3시부터 저녁까지 진행된 간담회는 독후감 발표를 비롯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발표하는 등 조직 내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고 자기 얘기를 하는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의 시간이었다.
권 대표가 이러한 간담회를 끊임없이 운영하면서 목적으로 삼았던 것은 ‘자율조직 활성화’와 ‘공동체 정신 함양’이었다. 간담회를 통해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부서의 벽을 허물며 ‘우리가 같이 일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한마음을 가져보자는 것이었다.
권 대표는 이러한 간담회가 경영 성과로 이어져야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2019년 들어 수익성 극대화를 목표로 세우고 여기에 매진했다. 그 성과는 올해 3분기까지 1993년 창사 이후 최고의 수익성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갈수록 수익성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 대표는 “그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수익성 극대화는 경영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사람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는 이러한 회사 운영에 대해 그렇게 해서 회사가 좋아졌느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는데, 올해 들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걸 보니 조직 구성원과의 소통으로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낀다”라고 밝혔다.
◆“내년 상장 시작으로 성과 이어나갈 것” = 권 대표는 올해 들어 거둔 수익성의 대폭 개선이라는 성과가 내년에는 상장으로 이어지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신뢰를 바탕으로, 목적을 중시하며, 주도적인 삶을 산다’는 기업철학의 정착에 더욱 힘을 쏟는다는 전략이다.
모두 300명의 직원 규모로 작년 300억원에 이어 올해 35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영림원소프트랩은 내년 6~7월에 상장할 계획이다.
권 대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영림원소프트랩의 수익성 제고는 구축형 ERP인 ‘K-시스템 제뉴인’의 호조에 힘입은 것이다. 프로젝트 매니저(PM)가 없어 10여개의 계약을 놓칠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고 한다. ERP 시장에서 뚜렷한 경쟁사가 사라지고, 영림원만의 신뢰를 쌓은 것이 이만한 성과를 거둔 이유라는 게 권 대표의 얘기다. 전체 고객의 95%가 다른 ERP를 사용했던 곳이다.
하지만 권 대표에게 고민거리가 있다. 바로 클라우드 ERP인 ‘시스템에버’이다. 올해 클라우드 ERP의 사업목표를 크게 세웠지만 그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대했던 클라우드 ERP의 일본 시장 수출도 저조한 편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클라우드 ERP 사업은 갈수록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10개 파트너사들이 클라우드 ERP 사업에 더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힘을 얻고 있다.
권 대표는 “ERP는 매우 방대한 소프트웨어이다. 한국에서 개발한 것을 한 줄도 고치지 않고 일본 기업에서 그대로 쓰고, 그것도 원가계산, 월차 결산에 활용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영림원이 ‘글로벌 역량을 갖췄다’라고 자신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라면서 “일본 소프트웨어 시장은 우리나라보다 7배 크다. 일본에서 5%의 점유율만 달성해도 한국에서 35%의 점유율을 달성하는 셈이 된다. 일본은 반드시 가야할 시장이다. 다행히 일본에는 ERP의 뚜렷한 경쟁사가 없다. 일본의 독특한 문화 속에서 SAP 등 글로벌 ERP조차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일본 시장의 공략에 자신감을 보였다.
◆“내년부터 CCO 역할 하겠다” = 권 대표는 직원들에 대한 새로운 평가제도를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처럼 업무 성과가 아니라 회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가치 즉 ‘영-웨이’에 입각해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영-웨이의 3가지를 제대로 수행하면 성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는 이를 실현될 만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라면서 새로운 평가제도의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권 대표는 2020년에는 스스로 ‘CCO(Chief Culture Officer)’ 즉 문화 담당 최고 책임자 역할을 하려 한다. 최고 의사 결정권자가 주도적으로 기업문화의 정착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그 활동의 하나로 고객사를 포함해 사내에 합창단을 만들고, 연말에 합창단 경연대회 개최 등 운영 방안을 기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