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조성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이 4일, 193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조직문화의 재구성-회복탄력적 조직문화 구축’을 주제로 강연했다.
조성일 수석은 “기업의 존속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조직문화이다. 조직문화가 없으면 전략도 안 통하고 혁신도 안 된다”라며, “리더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조직문화는 확 바뀐다”며, 리더의 생각과 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 “문화가 성과다”
문화에 대한 많은 경구들이 있다. 먼저 “문화는 아침으로 전략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누가 말했는지 모르지만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생각해보니 문구가 좀 잘못됐다. 문화 앞에 ‘나쁜’이라는 말이 빠졌다. 즉 전략이 문화 때문에 실행이 안 된다는 것으로 아무리 좋은 전략도 나쁜 기업문화에서는 실행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문화가 성과다”라는 말은 하버드대 교수 제임스 헤스켓이 한 말인데 이 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기업의 성과에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있겠지만 문화가 그 성과라는 생각이 든다.
제프리 이멜트 전 GE CEO는 “DNA(핵심가치)가 변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라고 했으며, <혁신 기업의 딜레마>라는 책을 쓴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라는 혁신 전문가는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적인 우수성만이 아니라 이걸 받아들이고 실행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수다”라고 말했다. 조직문화가 없으면 전략도 안 되고 혁신도 안 된다, 그만큼 조직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좋아하는 또 다른 말은 영국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이 한 말이다. 버진그룹은 우주선까지 개발하는 테슬라하고 경쟁하는 기업인데 리처드 브랜슨은 좀 괴짜 CEO다. 그는 “좋은 조직문화를 위한 마술같은 성공 방식은 없다.그저 자신이 대우받고 싶은대로 구성원들을 대우해 주면 된다”고 했다. 매우 심플한 말이지만 경영층이 이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다음으로 전 IBM CEO 루 거스너는 “기업의 문화가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승부다”라고 말했다. “문화가 성과다”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루 거스너는 1993년부터 2002년까지 IBM 회장 겸 CEO로 재직하면서 IBM을 바꿨다. IBM 8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이 사람의 이름을 빼면 IBM이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사람이다. 그가 어떻게 IBM을 바꿨는지는 <코끼리를 춤추게 하다>라는 자서전에 담겨있다.
루 거스너는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으로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CEO, 나비스코 CEO를 거쳐 1993년에 IBM에 왔다. 나비스코라는 회사는 유명한 오레오, 리츠 크래커, 감자칩 등을 만든 회사다. 그가 1993년에 나비스코어에서 IBM으로 갈 때 포춘지가 표지 타이틀로 “루 거스너는 과연 감자칩과 반도체 칩을 구분할 수 있을까”라고 썼을 정도로 인정을 못 받았다.
그렇지만 루 거스너는 10년 만에 IBM을 완전히 바꿨다. 그가 IBM에서 가장 많이 얘기한 것은 문화였다. “우리가 해온 방식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혁신이 모든 변화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CEO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유럽 지역 사업 책임자를 퇴출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혁신을 행한 것은 IBM이 1980년대~1990년대에 비약적인 성장으로 관료주의가 비대해지면서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 거스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300여명의 시니어 리더십 그룹을 구성해 조직문화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이슈를 개발하고 해결과제를 도출했다. 그리하여 고객 중시, 관료주의 철폐, 성과 중시 등에 역점을 뒀으며, 하드웨어 회사를 10년 후에는 솔루션 회사로 바꾸었다.
◆ 조직의 세가지 조건 ‘둘 이상, 공통 목표, 상호작용’
조직문화라는 것은 조직과 문화를 합쳐놓은 단어다. 조직은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조직은 세 가지 조건이 만족이 되면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세가지 조건은 첫째는 둘 이상의 사람, 둘째는 공통의 목표, 셋째는 상호작용이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부산 가는 KTX가 있는데 거기 탄 사람들은 조직인가? 아니다. 둘 이상이고 다 부산이라는 공동의 목표는 있지만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차가 대전을 지나 탈선을 해서 사고가 나자 다친 사람들을 같이 끌어내고 약 발라주고 물도 먹여주는 등의 역할들을 하며 상호작용이 생기면 조직이 된다.
이 세가지 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답이 있는 게 아니지만 리더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냐에 따라 그 조직의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결정한다.
맥킨지는 조직 역량을 분석할 때 ‘7S’라는 기법을 쓴다. 7S는 스트래티지, 스태프(구성원), 스트럭처, 시스템, 스킬, 스타일(리더십), 그리고 쉐어드 밸류(공유가치)이다. 맥킨지는 이 7S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쉐어드 밸류를 꼽는데 이것은 문화이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라고 맥킨지는 주장하는 셈이다.
문화의 개념을 정확히 보여주는 예로 ‘테세우스의 배’라는 말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테세우스라는 사람이 전쟁에 갔다가 이기고 돌아오자 아테네 사람들은 200~300년동안 테세우스의 배를 보존했다. 배의 판자가 썩으면 새 판자로 계속 교체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원래의 배의 조각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원래 실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테세우스의 배라고 얘기한다. 왜냐하면 뭔가의 의미가 구구절절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란 바로 이런 것이다.
◆ 왜 조직문화를 말하는가
경영환경의 변화는 워크플레이스의 변화로, 워크플레이스 변화는 새로운 HR 트렌드로 이어진다. 지금 저성장기와 팬데믹,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긱 이코노미라는 개별경제가 부상하고 프리랜서나 재택근무, 유연근무제가 늘면서 원 스피릿 컬처와 같은 이슈가 생겼다. 다 흩어져서 근무하다 보니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자기 일만 하면서 조직의 끈끈함이 없어지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애자일이나 협업이라는 개념이 떠오르고 이를 위해 수평 조직이나 일하는 방식 혁신 등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그리고 베이버 부머의 은퇴와 밀레니얼 세대 리더, Z세대 입사 등으로 리더십에 대한 이슈가 많이 나오고 그리하여 EVP(일하고 싶은 기업), 고용 브랜드 강화 등이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여기서 말한 원 스피릿 컬처, 수평조직, EVP 고용 브랜드 강화는 모두 조직문화와 관련이 있으며, 그래서 조직문화가 점점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제 조직은 경쟁에서 협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영 철학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1980년대, 1990년대의 고도성장기에는 경쟁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올렸다면 저성장기에 접어든 2000년대에는 경쟁이라는 가치를 버리고 협력이라는 가치를 높이 사고 있다. 조직의 세 가지 조건 중에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이 지금의 경영 철학의 주요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이 재직했던 1981년부터 2001년까지 20년은 고도 성장기였다. GE는 이 기간동안 엄청나게 성장했으며, 식스시그마, 세션, 크로톤빌 등 이 엄청난 것들을 했다. 벤치마킹이라는 것도 GE가 처음 시도한 것이다. 잭 웰치가 회장이 되면서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라고 해서 벤치마킹이 시작됐다. GE는 이 벤치마킹을 하면서 상대평가를 도입했다. GE가 잘 나가니까 모든 회사들이 이를 다 따라 했다. 그 상대평가는 오류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2022년 사람인이 512개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조직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4.1%를 차지했다. 그 이유로 워라벨 등을 중시하는 구성원의 의식이 변하고 있으며, MZ 세대가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해서,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등이 꼽혔다.
그러면서 조직문화 변화의 어려움과 조직문화의 변화에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공통적으로 경영진의 강한 의지를 들었다. 사실 조직문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리더이다. 그래서 리더에 따라 조직문화는 확 바뀐다.
해외의 조사에서도 코로나 19 이후 문화와 가치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회사를 선택할 때 돈이나 복리후생 외에 조직문화와 ESG 등도 따졌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2018년 조사에서는 유연성이 강한 문화의 기업이 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니슨이라는 학자는 2004년에 12가지 문화 영역과 조직 성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 자료를 내놓았는데 국가별 문화에 영향을 받아 항목별 수준 차이는 있으나 모든 문화 영역은 분명히 조직의 성과와 상관관계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의 문화는 조직의 성공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짐 콜린스는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이라는 책에서 ‘강하고 끈끈한 조직문화의 구축’을 강조했다. 이것은 아까 말한 원 스피릿 컬처이다. 짐 콜린스는 조직문화의 중요성으로 구성원들을 하나의 구심점으로 결집하고, 경쟁 기업에서 모방하기 어려워 중요한 경쟁 우위 요소로 활용 가능하며, 사업전략 및 시장 환경에서 바람직한 행동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토요타는 벤츠나 BMW 등 경쟁사들조차 벤치마킹을 요청하면 거절하지 않고 다 해준다. 왜 그렇게 하느냐는 질문에 토요타 관계자는 여기 와서 벤치마킹으로 알고 가는 것은 그냥 시스템일 뿐이다. 토요타의 JIT 시스템은 시스템만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우리의 고유의 문화와 엉켜서 돌아간다, 그래서 시스템만 알고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조직문화란 한 조직 내의 구성원들 대다수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조직에 대한 신념체계, 가치관, 관습, 인식, 그리고 지식과 기술을 포함한 통합적인 개념이다. 조직문화에는 사규, 로고, 광고, 유니폼 등 가시적·공식적 영역과 감정, 상호작용, 가치 등 비가시적 영역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조직문화에 관한 정의는 ‘조직에 공유된 가치와 언어 및 가시적 행동양식’이다. 조직문화를 갖추려면 일단 기본적으로 공유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언어라는 것도 문화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를테면 삼성은 삼성 내에서만 쓰는 용어를 정의해 놓은 사전을 만들어 쓰고 있다. 포스코에 처음 와서 마케팅 부서와 얘기하는데 HR이 힘들다고 해서 HR 업무를 하는 나를 알아주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HR은 철강 중에 핫롤이라는 제품이며 그 가격이 떨어져 힘들다는 말이었다. 언어가 통일이 안 되면 절대로 문화는 공유될 수 없다.
조직문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에드가 샤인은 “조직문화는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 타당한 것으로 간주되어 의심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새로운 구성원들에게 그대로 학습되어 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래서 문화가 매우 무섭다는 얘기를 한다. 신입 구성원이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신입이 좀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빠릿빠릿해도 그 조직이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 금세 바뀐다.
대부분의 조직이 ‘조직전반’의 문화라는 것을 가지고 있더라고 그 안에 다양한 하위문화가 존재한다. 디파트먼트 조직으로 마케팅 내 판매팀, 영업팀 등은 각각의 고유한 문화가 있으며, 로컬 조직은 각 지역의 관습과 규범을 갖고 있다. 그리고 엑스퍼트 조직으로 연구개발(R&D), 특수업무 등이 있는데 R&D 조직은특히 독특한 문화가 있어 운영과 관리가 매우 힘들다. 조직 전반의 문화와 하위문화 모두 구성원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 조직문화는 어떻게 바꾸나
조직문화의 변화관리 프로세스는 왜 바꾸어야 하는지에 이어 지금의 상황과 바라는 미래 상황,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기본적으로 가야하는 가치에 대한 지향점을 설정한 후 행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정한다. 그러고 나서 그 행동을 바꾸게 해 줄 수 있는 동기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정의해야 한다.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툴은 평가다. 모든 것을 KPI에 넣으면 다 바뀐다. 그 다음에는 변화 로드맵을 세워 변화 동인에 대한 혁신 과제 및 추진 우선순위를 설정하면 된다.
조직문화를 바꾸려면 신념이나 가치체계의 변화보다는 행동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은 잘 안 변한다. 생각을 바꿔라, 마인드를 바꿔라, 태도를 바꿔라고 얘기해 봤자 사람은 잘 안 바뀐다. 행동을 바꾸어 성과가 나오면 그 행동이 축적이 되어 마인드가 바뀌게 된다.
조직문화의 변화를 위한 수단은 결국 HR로 귀결된다. 비즈니스 변화 동인의 문화적 수단은 △전략 방향성(비전, 혁신 제품/채널) △조직구조 및 역할·책임 △운영 모델(프로세스, 시스템) 등이며, 마인드셋 변화 동인의 문화적 수단은 △리더십(영향력) △평가(성과/역량) △교육/코칭(인재확보/육성) △커뮤니케이션 등이다.
조직문화 변화의 실패사례로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를 들 수 있다. 1999년 HP 최초의 여성 CEO로 영입된 칼리 피오리나는 60년 전통의 ‘HP Way’라는 인사원칙을 파괴하고, 단기 성과를 냈음에도 실패한 CEO로 평가받았다. ‘HP Way’ 인사원칙은 인간 존중의 경영 철학을 중시하고 개인의 성장은 곧 기업의 성장이라는 주인 의식이 강하고 현장 중심의 인사관리와 내부 인재를 등용했는데 칼리 피오리나가 오면서 뉴 ‘HP Way’는 마케팅 강조, 개인의 성취욕 중시, 중앙집권화, 조기 은퇴제 등으로 문화를 바꾸었다.
◆ 고어텍스: ‘조직구조 및 역할·책임’ 성공사례
조직문화 변화의 성공사례로 고어텍스의 테리 켈리 CEO가 있다. 테리 켈리 CEO는 2005년 직원들의 투표로 CEO가 되어 2018년까지 재직했다. 이 사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테리 켈리 CEO는 작은 단위조직 운영으로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업무 수행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코어텍스의 경영방식에는 보스도 없고 직급도 없으며, 특히 ‘많아지면 조직을 쪼갠다’는 원칙에 따라 200명 정도가 되면 조직을 쪼개어 작은 조직으로 운영했다. 그러면서 동료간 압박(Peer Pressure)이 강해 인당 20~30명의 다면 평가로 선의의 경쟁을 지향했다. 이런 고어텍스는 ‘조직구조 및 역할·책임’ 면에서 조직문화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조직문화가 강한 곳을 보면 피어 프레셔가 매우 강하다. 피어 프레셔는 동료들이 그 사람에 대해서 모니터링해 주고 가이드도 해주고, 조직에서 누가 잘못하면 그러지 말라고 얘기를 해주는 것이다. 한국 기업에서는 이런 피어 프레셔가 강하지 않다.
◆ 스타벅스: ‘원 스피릿 결집’ 성공사례
기업문화의 또다른 성공사례로 스타벅스가 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가 2000년에 은퇴를 하고 이후 새로운 CEO가 왔는데 성장을 추구하며 계속 매장을 늘렸다. 커피뿐만 아니라 샌드위치도 팔면서 핵심가치가 훼손됐다. 스타벅스 하면 커피의 향을 누리는 분위기로 감성을 파는 것이 핵심가치였는데 이런 차별화된 경험이 사라지면서 점차 망해갔다. 2007년에는 블룸버그에서 스타벅스가 몰락했다는 기사를 냈다.
그래서 2008년에 하워드 슐츠가 복귀해 2005년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뉴올리언즈에서 재기를 다짐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스타벅스의 본질은 ‘차별화된 경험’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2008년 2월 26일에는 미국 전역의 7.100개 매장의 영업을 이사회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00만 달러의 손실을 감수하며 3시간 동안 중단했다. 이렇게 해서 스타벅스 고유의 커피 만드는 법을 재교육하며 차별화된 경험을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스타벅스는 직원 결집을 통해 본질에 집중해 핵심가치를 복원하고 쇄신한 사례다.
◆ JAL: ‘헌신적 리더십’ 성공사례
JAL은 신뢰에 기반한 감성경영과 성과 자극을 통해 조직 활력을 회복한 사례다. JAL은 대마불사, 공사의식, 무책임, 불통 등으로 추락하다가 2010년 1월에는 급기야 상장 폐지됐다. 그러자 2010년에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JAL의 회장에 취임해 2009년 1.3천억엔의 영업손실을 봤던 회사를 2011년에는 2천억엔의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로 변화시켰다.
JAL이 이렇게 변화한 이유는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리더의 대화에 있다. 그는 2010년에 JAL이 만 6천명의 구조조정을 할 때 모든 직원을 만나서 설득을 했다. 나가는 사람들도 만나서 미안하다, 양해해 달라고 하고 남은 사람들을 모아서는 교육을 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당시 나이가 80이 넘어서 사람들은 조심하고 했지만 그는 끝까지 진정성있는 대화로 헌신적인 리더십을 보였다.
리더의 이러한 대화에다 거대 조직을 20~30명의 수천개 독립채산제로 분할하는 아메바 경영은 ‘울지도 웃지도 않는 조직’을 ‘활력있는 회사’로 변화시켰다.
◆ 회복 탄력적 문화의 핵심은 ‘지속성장’
회복 탄력적 문화는 ‘바운스 백(제자리 회귀)‘을 넘어 ’바운스 포워드(지속 성장)‘가 핵심이다. 회복 탄력적인 문화를 갖춘 기업을 보면 유대 강화->변화 감지->계획 수립->실행 등의 프로세스로 지속 성장을 한다. 회복 탄력성은 오뚜기가 아니라 용수철에 비유된다. 오뚜기는 쓰러뜨리면 다시 제자리에 오지만 용수철은 더 튄다.
회복 탄력적 문화는 △가치 공유 △적응적 리더십 △심리적 안전감 등의 세가지의 중요한 특성을 갖고 있다.
먼저 가치 공유. 소니는 2005년까지 책임의식 희석, 관료화, 부서 이기주의로 인한 역량 분산과 정체성 상실로 혼란을 지속했다. 그래서 2005년에 외국인 하워드 스트링거를 CEO로 영입했지만 그는 “조직간 장벽이 너무 많아 소통과 개혁이 불가능했다”라며 2012년 소니를 떠났다. 이어 히라이 카즈오 회장이 취임해 4년 연속 적자(약 10조원)였던 매출을 2017년 84조원으로 끌어올리며 소니를 재도약시켰다. 소니의 재도약은 히라이 카즈오 회장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제품,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하나가 되자”라는 ’비 무브드(BE MOVED)+원 소니(ONE SONY)‘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키워드로 칸도(감동)를, 하나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고객으로 직원을 강조했다. 그는 조직의 비전, 가치에 공감하고 조직과 동료간 정서적 유대를 형성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강화했다. 월 1회 이상 전 세계에 있는 직원들을 만나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는데 취임 6개월간 지구 4바퀴를 돌았다.
2018년 3월 히라이 카즈오 회장이 퇴임하고 이후 새로온 CEO가 부임한 소니는 2021년에 매출 97조원, 영업이익 12조원을 달성하며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새 CEO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한 것처럼 똑같이 하고 있다. 소니는 바운스 포워드(지속 성장)를 실현한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가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하느냐에 따라서 조직문화는 확 바뀔 수 있다.
다음은 적응적 리더십. 이 적응적 리더십은 객관적 시각을 통한 결단,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 개방성 등의 구조로 되어 있다. 2014년 PC 시장 붕괴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침체기에 빠졌던 시점에 사티아 나텔라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CEO로 취임했다. 그는 이전에 스티브 발머 회장이 상대평가로 경쟁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타인의 성공에 기여하면서 자기의 성장을 위해서는 협력해야 한다며, 협력이라는 키워드와 그 문화를 강조했다. 관료적이며 경쟁적인 조직문화를 협력적이며 개방적인 방향으로 전환해 2019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총 1조달러를 달성하는데 기여했다.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라고 해서 구글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조사한 팀의 성과 원인 분석에서 나온 것이다. 구글은 4년간 약 4만명, 180개 이상의 팀의 성과 원인을 분석해 그 결과 효과적인 팀을 구축하기 위한 특징으로 신뢰도, 구조 및 투명성, 영향력, 의미, 심리적 안전감 등 5가지를 도출했는데 이 가운데 심리적 안전감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것은 내가 뭔가 실수를 하고 잘못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욕하지 않는 분위기를 말한다. 구글은 동료간 칭찬 사이트인 ’gThanks’를 개설해 공개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할 사람에게 칭찬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했다. 또 성공 가능성이 없는 프로젝트를 과감히 중단시킨 직원을 대상으로 실패 보너스를 지급하고, 명상 프로그램의 운영 등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높였다.
◆ 평가 제도, 상대에서 절대 평가로 변화
조직문화를 바꾸고자 할 때 가장 강력한 툴은 평가이다. 경영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협업 문화의 구축을 위해 기존의 상대평가는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상대평가는 1990년대부터 2000년 후반까지 유행했으나 2010년대 들어 점차 감소 추세이다. 대표적으로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GE가 상대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 상대평가 제도를 운영하는 곳의 비중이 높으나 LG전자, 네이버, 두산, 포스코 등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어도비는 2012년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체크인’이라는 평가방식을 도입했다. 체크인 시스템은 최소한 분기마다 한번씩 ‘기대수준, 피드백, 성장/개발’ 등 3가지 주제를 논의한다. 하지만 그냥 얘기하고 끝낼 뿐 공식적인 결과 기록 등 서류를 남기지 않는다. 이러한 평가방식의 운영으로 회사추천 의도가 10% 상승하고 자발적 이직률이 30%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3년에 과거 10년간 유지해온 상대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피드백 컬처 기반의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IA(Impact Assessment) & CM(Connect Meeting)’ 제도의 운영방식을 보면 IA는 구성원들이 팀, 사업, 고객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평가 등급없이 서술형으로 작성하며, CM은 연 3회 평가자가 원하는 시기에 면담하며 서술형으로 피드백을 전달한다. 그 평가요소는 세가지로 협업을 통한 팀 및 회사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 개인 성과, 동료의 아이디어 또는 노력에 기반한 결과, 동료의 성공에 대한 공헌 등이다.
◆ 조직문화에 대해 생각할 것들
결국은 사람이다. 문화를 바꾸려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에드가 샤인의 말대로 사람을 새로 바꿔도 문화가 좋지 않으면 그 문화에 빠져 버린다. 그래서 문화를 바꾸는 것은 너무 어렵다. 끊임없이 바꾸려고 시도를 해야 한다.
조직문화를 바꾸는 중요한 툴 하나를 소개한다. 국내의 몇몇 대기업은 고성과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그 결과를 분석해 패턴을 그린다. 설문내용은 이를테면 나는 혼자 일하는 게 좋다 아니면 같이 일하는 게 좋다. 나는 칸막이 있는 데서 일하는 게 좋다 아니면 칸막이가 없는 데서 일하는 게 좋다. 나는 찬 음료 마시는 게 좋다 아니면 뜨거운 물 마시는 게 좋다 등 매우 심플하다. 이렇게 해서 나온 고성과자들의 패턴을 신입 지원자에게 적용해 그 패턴이 나오는 지원자들만 뽑는다. 그러면 당연히 고성과자들의 행동 패턴과 사고방식이 똑같은 지원자를 뽑게 된다.
갤럽에서는 KT 지점 특성 연구를 했는데 직원들의 인적 특성 차이는 없고, 지점장의 직원들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있었다. 상위 10%의 지점장들은 “직원들이 모두 성장잠재력이 있으며 좋은 인적자원들이다”, “문제 직원이 없는 부서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답변한 반면 하위 10% 지점장들은 “직원들의 능력/태도에 문제가 많아서 리더가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하필 우리 지점에 저련 문제 직원들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리더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조직의 문화가 바뀌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직문화에 대해 생각할 것들로 직원과 회사간의 갭이 너무 크다는 사실이다. 2021년 맥킨지의 조사에서 직원들은 조직의 인정, 상사의 인정, 소속감, 동료와의 신뢰와 배려, 승진 가능성, 유연한 업무 일정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 반면 회사 경영진들은 부적절한 보상, 더 좋은 직업 탐색, 성장기회, 타사의 유인, 원격근무 가능성 등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는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데 경영진이 제도나 시스템 인프라에 초점을 맞춘 반면 직원들은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리더들의 생각과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바뀌지 않으면 조직문화는 절대로 바꿀 수 없다.
메타(페이스북)의 MPK20이라는 신사옥은 축구장 7개 크기의 단층 건물로 가로, 세로 길이가 100m, 400m이다. 안에 들어가 보면 벽, 문, 파티션이 없고. 벽을 받쳐주는 철제 기둥만 있을 뿐이다. 이 공간에서 2,800여명의 직원이 하나로 연결된 공간에서 일한다. 메타는 왜 이렇게 사무실을 만들었을까? 조금이라도 얼굴을 보고 살갑게 만나라는 것이다. 요즘 디지털 회사들은 아날로그적인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문화라는 것은 서로 만나서 그 관계가 얼마나 풍성해지느냐가 가장 큰 이슈다.
구글의 신사옥도 2층 구조로 1층은 식당, 체육관, 2층은 업무 공간으로 해놨다. 2층 업무 공간에는 1명에서 수십명이 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방과 파티션만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건물 내부를 가로지르는 고정된 벽은 없다.
구글의 인사책임자였던 라즐로 복이 시카고에서 강연을 하고 내려오는데 한 테이블에 있는 사람이 “그런 건 구글에서나 잘 먹히고 유익하다. 엄청난 이윤을 남기는 회사인 만큼 직원들에게 그렇게 베풀 여유가 당연히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그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이 “그게 무슨 말인가. 직원에게 자유를 주는데 돈은 들지 않는다. 사실 이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라즐로복은 “사람은 본래 선하다는 믿음, 직원을 회사의 주인처럼 대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느 법무법무실장의 얘기다. 외부에서 새로 온 법무실장은 그 조직의 문화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오자마자 3시 이후에는 보고를 안 받겠다고 딱 한마디했다. 그러자 법무실 직원들은 3시에 보고하려고 점심도 안 먹고 미친 듯이 일했다. 한마디 말이 조직의 문화, 행동 패턴을 바꾼 것이다. 조직의 행동 패턴을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있다.
피터 맥 윌리엄스라는 미국의 시인은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굉장히 와닿는다. 불편함을 익숙하게끔 하는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조직의 문화를 계속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