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CEO포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주는 ‘미적분’
[영림원CEO포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주는 ‘미적분’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4.06.1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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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택 국민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195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
한화택 국민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한화택 국민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미적분은 세상의 변화와 움직임을 설명하는 핵심 도구로서 오늘날의 첨단 과학기술을 이끌어왔다. 미적분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할 수 있다. 과거를 적분하며 현재가 되고, 현재를 미분하면 미래가 보인다.”

한화택 국민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가 13일, 195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세상의 변화를 보는 눈, 미적분’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화택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연속과 극한 등 미적분의 기본적인 수학 개념을 설명하고, 과속측정, 로켓발사, 인공지능 등 생활 속 미적분의 활용사례를 소개하고, “미적분은 단순한 수학적 도구를 넘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준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미적분을 어디에 쓰냐? = 많은 사람이 수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골치를 아파한다. 이번 강연 주제인 미적분은 수학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이 미적분을 어디에 쓰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나는 덧셈, 뺄셈을 어디에 쓰냐고 되묻는다. 미적분은 일상생활에서 안 쓰는 데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쓰인다, 이를테면 엔지니어의 제품 설계나 기상 예보와 같은 미래 예측, 경제전망, 주식투자, 합리적 소비활동 등이 그것이다.

수학의 무슨 수식을 보면 꼭 풀어야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그럴 필요는 없으며 그게 무슨 뜻인지만 알면 된다.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만물은 수“라고 했다. 우주는 수로 이뤄져 있으며 그것도 무리수가 아니라 정수 또는 유리수로만 이뤄져 있으며, 우주의 달이 돌고 천체가 움직이는 것들이 모두 어떤 수적인 조화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음악에도 굉장히 조예가 깊었던 피타고라스는 ”우주는 거대한 현악기“라고 했다. 피타고라스는 음계라는 것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수학은 이렇게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 시작했다. 뉴턴이 나오기 전까지 수학은 사물의 크기, 면적, 높이 등 어떤 상태를 구해 나타내는 것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물체 또는 변화하지 않는 상태만이 수학의 연구 대상이었다.

뉴턴이 처음 착안한 것은 변화 과정이었다. 미분이라는 것은 현재의 상태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상태에서 다음 상태로 넘어갈 때까지의 그 변화 과정을 어떤 수학 또는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여기 풍선이 있는데 커지는 건지 작아지는 건지는 한 장의 화면만 보고서는 알 수가 없다. 기존의 수학과 미적분의 차이는 기존의 수학이 스냅샷 즉 현재 있는 상태를 한 장의 사진에 담은 것이라면 미적분은 동영상과 같이 변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다.

뉴턴 이전 시대만 하더라도 천상에서는 신의 원리가, 지상에서는 인간의 원리가 작용한다고 믿었다. 천상계와 지상계가 서로 다른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뉴턴은 천상계와 지상계에는 서로 동일한 운동법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1666년 유럽에 흑사병이 돌자 고향인 영국 울즈소프로 돌아간 뉴턴은 고향의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천체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설명해냈다. 뉴턴은 달의 원형 운동이라는 것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지구를 향해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힘을 받은 달이 지구에 계속 떨어지는데 지구가 둥글어서 뒤로 물러나니까 한 바퀴 삥 돌게 되는 것이었다.

뉴턴은 이렇게 천상계와 지상계의 구분없이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천상에 있는 달이나 지상에 있는 사과나 똑같은 물리법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 즉 서로 잡아당기는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이 만유인력 때문에 지구가 가속도를 받아 속도의 방향이 계속 바뀌면서 타원 궤도를 그리게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위대한 발견이 그의 저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에 담겨있다.

◆미분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변화‘ = 뉴턴의 이러한 이론은 당시만 해도 많은 공격을 받았다. 수만, 수억 킬로미터 떨어진 천체와 달과 지구에 어떤 잡아당기는 힘이 있어 서로 돈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을 제대로 알기 위해 시간에 따른 천체의 위치를 관찰하고 이로부터 천체의 가속도를 알아내야 했다. 이 가속도를 이해하고 측정하는 방법을 기술하는 것이 뉴턴의 숙제였으며, 이 가속도를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 바로 미분이었다.

뉴턴은 시간에 따른 자연현상의 변화를 수학적으로 기술하기 위해 미분을 고안했다. 미분을 이야기할 때 뉴턴과 함께 등장하는 수학자 라이프니츠는 시간 뿐 아니라 공간좌표나 물리량에 따른 변화를 모두 나타낼 수 있는 일반화된 미분 체계를 고안했다.

미분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변화‘다. 달의 위치를 f, 시간을 t라고 하면 위치는 시간에 따라서 계속 변화한다. 움직인 거리를 시간으로 나누면 속도가 되고, 이 속도의 변화는 가속도가 된다. 미분은 변화량, 즉 함수값의 차이에 주목한다. 미분에는 극한의 개념이 들어있다. 극한은 어느 점에 한없이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말한다. 어느 쪽에서든 그 점을 향해서 한없이 접근하되 바로 그 점에서 도달하지 않은 상태다.

극한이라는 것은 무한대, 무한소와 연결이 된다. 한없이 큰 수를 무한대라고 하고, 한없이 적은 수를 무한소라고 한다. 아무리 큰 수를 생각해도 거기에 1을 더하면 더 큰 수가 된다. 무한대에는 한계가 없다. 반대로 무한소는 0에 한없이 가까운 수를 말한다. 아무리 작은 수라 할지라도 그 수와 0 사이에 위치하는 더 작은 수를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무한소에도 한계가 없다.

신기하게도 동양에도 이런 표현이 있다. <장자>의 천하 편에 ’지대무외, 지소무내(至大無外 至小無內)‘가 그것이다. 지극히 큰 것은 바깥이 없고, 지극히 작은 것은 안쪽이 없다는 뜻이다.

인도의 수학자 브라마굽타는 최초로 0이라는 수를 정의했다. 그리고 0은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를 의미하며 0으로 1을 나누면 무한이 된다고 했다. 여기서 무한은 신을, 0은 무를, 1은 만물로 생각하면, 완전한 신은 무로부터 모든 세상만사를 창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뉴턴도 무한소를 써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함수의 순간변화율을 구했다. 극한을 이용한 미분의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무한소 자체를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증명하지 못했다.

미분의 활용 분야: 도로 과속방지카메라 = 미분의 핵심 개념은 변화율, 기울기이다. 그래프 위 한점에서 접선의 기울기를 구하는 것이다. 위치에 따른 높이의 변화 즉 산비탈의 경사는 일종의 기울기이며, 온도에 따른 길이의 변화나 가격에 따른 수요공급의 변화도 기울기에 해당한다.

특히 도로의 과속 단속은 미분의 대표적인 활용 분야이다. 과속방지카메라에는 고정식 단속카메라와 구간 단속카메라가 있다. 고정식 단속카메라는 미분의 원리를 이용해 순간속도(순간변화율)을 측정하고, 구간 단속카메라는 평균속도(평균변화율)을 측정한다.

고정식 단속카메라의 속도 측정은 사실은 카메라가 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 바닥에 깔린 감지선이 담당한다. 예를 들어 두 감지선 사이의 거리가 25미터인데 여기를 차량이 1초 만에 통과했다면 속도는 초속 25미터 즉 시속 90킬로미터로 측정된다. 기준 속도를 넘으면 카메라가 작동한다. 감지선 간격을 25미터에서 2.5미터로 줄이면 차량이 통과하는 시간 간격은 1초에서 0.1초 정도도 줄어든다. 감지선 간격을 줄일수록 순간변화율에는 가까워지겠지만 문제는 측정 오차에 있다. 그래서 적정한 선에서 측정을 한다.

그럼에도 카메라 앞에서 속도를 줄이는 일명 캥거루족들이 많아지면서 구간 단속카메라가 등장하게 됐다. 구간 단속카메라는 순간속도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간 내의 평균속도를 측정한다. 단속구간이 시작되는 지점과 끝나는 지점의 통과 시간을 기준으로 구간의 평균속도를 계산해서 과속여부를 판정하는 것이다. 단속구간을 통과하는 동안 평균속도가 규정속도를 넘었다면 구간 내에서 적어도 한번은 규정속도를 넘었다고 봐야 한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는 로켓 추진체를 회수해 재사용한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1단 로켓 추진체는 전체 로켓 제작 비용의 약 60~70%를 차지한다. 이런 추진체를 재활용하면 로켓 제작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이는 우주여행 비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사에서 착륙까지의 그 과정을 보면 놀랍다. 로켓 추진체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착륙 지점을 정확하게 찾아가 수직으로 역추진하며 안전하게 착륙하는 것은 마치 바늘을 던져 땅에 세우는 만큼이나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착륙 순간을 완벽하게 정밀 제어하고, 로켓이 착륙대와 수직을 유지하도록 각도 제어를 하는 것은 모두 미분과 관련이 있다.

미분을 이용한 합리적인 경제활동 = 경제학에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재화나 서비스로부터 얻는 만족감을 효용이라 하는데 첫 번째 효용이 가장 높고 계속될수록 점점 한계효용이 떨어지는 것을 설명하는 법칙이다. 한계라는 용어는 변화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수학에서 말하는 미분이라는 개념이다. 배가 고플 때 피자 한 조각을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이 때 한계효용은 최고치가 된다. 그러나 피자를 한 조각씩 더 먹을 때마다 한계효용은 점점 떨어진다. 하지만 한계효용이 감소하더라도 총효용은 계속 증가한다. 처음에는 총효용이 급격히 증가하다가 한계효용이 감소하면서 총효용의 증가율은 둔화된다.

일정 금액만 내면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뷔페에 가서는 누구나 총효용이 최대가 되는 시점 즉 한계효용이 0이 될 때까지 먹는다. 반면 먹은 만큼 돈을 내는 회전 초밥 식당에서는 한 접시를 더 먹을 때마다 한계효용이 얼마나 될 것인지 판단한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폴 새뮤얼슨은 미분을 경제학에 많이 적용했다. 한계효용 균등의 법칙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서 생겨났는데, 소비자의 효용을 최적화하거나 기업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쓰인다. 소비자와 생산자는 입장에 따라 효용을 극대화하거나 또는 이윤을 극대화하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미분을 이용한 극대화 전략을 구사하며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한계효용 균등의 법칙은 각 재화나 서비스의 한계효용이 모두 동일할 때 소비자의 총 효용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장에서 무엇을 살 때 가장 합리적인 장보기는 라면, 쌀, 김치 등의 양을 조절해서 각 식료품의 한계효용이 모두 같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미분은 최적화라는 개념에 많이 쓰인다. 최적화는 비용은 최소화하고 효용은 최대화하는 즉 가성비다. 예를 들면 단열재를 늘리면 단열이 좋아져서 열 손실이 줄어들어 매달 나오는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단열재 가격과 설치 비용을 고려해 이 둘 사이의 최적화 상태를 찾아야 한다.

공학은 최적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세상 일 중에는 클수록 좋거나 작을수록 좋은 것도 있지만 크기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것이 좋을 때가 많다. 이를테면 너무 크면 들고 다니기 어렵고 너무 작으면 화면 글씨가 잘 안보인다. 바로 스마트폰 얘기다.

최적화 문제로 ’빗속 달리기‘가 있다. 비가 올 때 우산 없이 비를 가장 덜 맞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구하는 것이다. 천천히 걸어가면 머리 위 좁은 면적에만 비를 맞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뛰어가면 빨리 갈 수는 있지만 온 몸이 다 젖는다. 이 중간에 어느 속도로 가는 것이 최적인지를 찾는 것이 ’빗속 달리기‘ 문제다.

적분은 미분의 반대 = 이제 적분 이야기를 하겠는데 적분은 미분의 반대다.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도형 연구를 많이 했다. 1965년 이탈리아 사칠리아 섬에서 호텔 공사를 하다 묘비가 발견됐는데 이 묘비에 어떤 도형이 새겨져 있었다. 바로 아르키메데스의 도형이었다. 이 도형은 원통, 구, 원뿔로 이뤄져 있었는데 아르키메데스는 “구에 외접하는 원통의 부피는 그 구 부피의 1.5배다”라는 역사적인 발견을 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자주 범람하는 나일강 유역의 토지 면적을 측량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때 구분구적법을 활용했다. 구분구적법은 원이나 포물선처럼 곡선으로 이뤄진 면적을 구하기 위해 큰 삼각형이나 작은 삼각형으로 나누고 이들의 면적을 모두 합치는 것이다. 합친다는 의미에서 적분 개념의 출발이고, 점점 작게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극한 개념의 출발이라 할 수 있다.

미분이라는 것은 어떤 차이를 얘기하는 거니까 뺄셈에 해당하고, 적분이라는 것은 전부 다 더해나가는 과정이라 덧셈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미분이란 잘게 나눈다는 뜻으로, 시간으로 나누어 순간변화율을 구하거나 공간으로 쪼개서 기울기를 구할 수 있다. 반대로 적분은 합친다는 뜻인데, 시간에 따른 누적량을 구할 수도 있고 공간적으로 합쳐서 부피를 구할 수도 있다.

미분에서 상태량과 변화량을 구별하는 것처럼 적분에서는 합쳐지는 양과 합쳐진 결과량을 구별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예로 들면 일일 확진자는 합쳐지는 양이고 누적 확진자는 합쳐진 결과량이다. 일일 확진자는 증가속도를 나타내는 미분값에 해당하며, 누적 확진자는 일일 증가분을 적분한 값에 해당한다.

◆저량의 시대에서 유량의 시대로 = 경제학에서 월소득이나 지출과 같이 계속 흘러가는 양을 유량(flow)이라 하며, 자산이나 부와 같이 축적돼 있는 양을 저량(stock)이라고 한다. 저량은 일정 기간 유량을 누적(적분)한 값이고, 유량은 저량의 변화율(미분한 값)이다. 예를 들면 욕조에 물을 받을 때 수도꼭지에서 유입되는 물의 양이 배수구를 통해 배출되는 양보다 많으면 욕조에 담겨있는 물의 총량은 증가한다.

이를테면 월급은 유량이며 재산은 저량이다. 수출/수입액은 유량이며 외환보유고는 저량이다. 주택 공급량은 유량이며 주택 수는 저량이다. 매년 출생아 수는 유량이고 전체 인구 수는 저량이다.

유량과 저량은 미적분의 관계다. 오늘날은 저량의 시대에서 점점 유량의 시대로 가고 있다. 과거에는 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먹을 게 있으면 비축을 하고 창고도 크게 지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회사가 그렇게 클 필요도 없고 창고가 많을 필요도 없다. 어떻게든지 빨리 잘 들어와서 빨리 나갈 수 있게 통로만 잘 만들어놓으면 된다. 즉 흐름만 잘 통하게 만들어 놓으면 되지, 굳이 다 끌어안고 있을 필요가 없다.

지식도 마찬가지다. 과거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 힘들었던 시절에는 지식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크게 행세할 수 있었다.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해서 지식을 일단 쌓아놓으면 평생 편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은 부단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지식과 정보를 머릿속에 담아둘 필요가 없다. 지식을 축적하는 것보다 필요할 때마다 신속하게 찾아내고 내 것으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얻고 버리는 유량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바뀌고 있다. 회사는 직원을 축적된 고정자산으로 보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유동자산으로 본다. 직원 입장에서도 새롭고 흥미로운 일거리를 찾아서 계속 이직을 한다.

미적분의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은 미래의 예측이다. 아무 정보가 없을 때 가장 손쉬운 미래 예측은 현재의 상태가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내일 기온이 어떻게 될지 모르면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봄이라면 내일은 기온은 오를 것이고 가을이라면 반대로 내려갈 것이다. 이때 기온이 몇도나 변화할 것인지는 그 전날의 온도변화를 참고하게 된다. 어제부터 오늘 사이의 변화율을 적용해 내일 일어날 변화를 예측하는 식이다. 이것이 단기간의 변화를 예측하는 수식이다.

그러면 장기간의 변화를 예측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언덕이 오르막길인지 내리막길인지는 기울기만 보면 쉽게 할 수 있다. 한참을 가다보면 기울기 자체가 서서히 변화한다. 기울기가 점점 심해지기도 하고 둔화되기도 한다. 즉 완벽한 직선이 아니고서는 1차 도함수값이 변화한다. 변화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하게 선형적으로 연장해서는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려면 기울기(1차 도함수)에 추가해서 기울기의 변화율(2차 도함수)을 고려해야 한다.

차라리 시간 구간을 짧게 끊어서 선형적으로 조금씩 전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꺼번에 일주일 후의 온도까지 알려고 하지 말고, 일단 어제와 오늘의 온도 차이로부터 내일 온도를 예측한다. 매일 갱신된 온도 상승폭을 적용해 계속해서 다음 날의 온도를 예측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한쪽 방향으로 행진하는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며 이를 전진법이라고 한다. 이 전진법을 통해 스텝을 짧게 하면 짧게 할수록 미래 예측을 비교적 정확하게 할 수 있다.

◆미적분으로 읽는 ’인생곡선‘ =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상승 국면이나 하강 국면을 결정하는 변화의 기울기 즉 1차 도함수다. 여기에 가속화의 원리나 안정화의 원리에 따른 기울기의 변화율 즉 2차 도함수가 있다.

인생 곡선은 내려갈 때도 있고 변곡점도 있고 극대점도 있다. 1차 도함수에서 극대점은 기울기가 0이며, 극대점에 도달했다는 것은 최고의 순간인 동시에 이미 내리막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번 내려가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빨라지고 추락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인생에서나 주식투자에서 공포스러운 순간이다. 하강 변곡점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서 하강세를 진정된다. 가장 낮은 점에 도달하면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음을 확인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세상의 변화 과정에서 기울기는 함숫값의 변화를 예고하고, 2차 도함수는 기울기의 변화를 예고한다. 즉 1차 도함수는 함숫값에 선행하고 2차 도함수는 1차 도함수값에 선행한다.

가속화의 원리는 상생의 원리이며, 안정화의 원리는 상극의 원리다. 가속화의 원리는 정점을 지난 후 변곡점을 지나기 이전에 나타나는 급변의 상태를, 안정화의 원리는 변곡점을 지나 정점을 향해 진행되는 진정 국면을 설명한다.

인생 곡선이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노력한 결과가 누적되어 현재의 상태가 되고, 현재의 노력 정도에 따라 미래를 향한 방향이 결정된다. 과거를 적분하면 현재가 되고, 현재를 미분하면 미래가 보인다.

미적분은 과학기술을 비롯해 경제사회 등 변화를 다루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각종 시뮬레이션과 최적 설계, 인공지능, 미래 예측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미적분이 단순한 수학적 도구를 넘어서 변화를 이해하는 능력, 문제해결의 기초,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최적화 사고 등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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